오늘 집들이의 주인공은 암스테드람에 사는 바벳이예요. 🚪

바벳의 집에 들어서면 우선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큼지막한 창문 사이로 드리우는 햇살이 눈길을 끌어요. 100년의 세월을 품은 나무 창틀 사이로 스미는 햇살이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죠. 격자무늬의 창틀을 그대로 닮은 그림자가 머무르는 곳이 어디든 그 곳은 지나칠 수 없는 찰나의 멋진 장면이 돼요. 그래서 그녀의 집은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되는 한낮이 가장 아름답죠. 최근에 바벳은 창문 유리에 컬러 필름을 붙였어요. 빨강, 파랑, 핑크, 보라, 노랑 등 알록달록한 색들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느껴져 오래된 성당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느껴져요. 다가오는 계절에 맞춰 새 옷을 입은 듯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그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에요.

이 공간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식물들이에요. 천장에 닿을 듯 길쭉한 매력을 자랑하는 드라세나, 벤자민고무나무부터 선반에 놓여있는 스킨답서스, 스툴 위에 놓여있는 몬스테라까지 거실만 해도 열 가지는 훌쩍 넘는 화분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바벳네 아파트처럼 천장이 높은 공간은 아무리 채워도 휑해 보여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그럴 땐 바벳처럼 키가 큰 식물부터 넝쿨 식물까지 다양한 크기의 화분으로 공간을 채우면 한층 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어요.

일렁이는 그림자의 여운이 묻어있는 바벳의 집으로 떠나볼까요?

1. [ Drool ] Nishikigoi / 82,000원
2. [ Cassina ] 4 Chaise Longue a Reglage Continu / 10,180,000원
3. [ Ikea ] RÅSKOG Trolley / 34,900원
4. [ Artemide ] Tolomeo Micro Table / 600,000원
5. [ Ligne Roset ] Togo ® Sofa Without Arms_Diva Camel / 7,908,000원
6. [ Nights On Fuji ] 2025 Traditional Japanese Tear-off Calendar / 117,000원
7. [ Karup Design ] Fresh / 1,587,000원
8. [ Knoll ] Wassily™ Chair / 5,543,000원
9. [ Ikea ] FADO Table lamp / 24,900원

아날로그의 매력이 듬뿍 담긴 이 달력은 나이츠 온 후지의 일본 전통 벽걸이 달력이에요. 나이츠 온 후지는 일본 장인의 전통 공예품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자 시작된 브랜드로, 첫 번째 제품으로 고급 순백지를 사용한 절취식 벽걸이 달력을 선보였어요. 이후로는 다기 세트, 보자기, 도자기 등 전통적인 일본 공예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제품들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해요.

작업 공간의 핵심은 수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텐데요. 자주 손이 가는 물건을 느낌있게 정리해두고 싶다면, 바벳의 작업실 속 이케아의 로스코그 트롤리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케아 하면 넓은 쇼룸과 조립식 가구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안에는 북유럽 특유의 실용성과 생활 밀착형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어요. 로스코그 트롤리 역시 ‘어디서든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태어난, 그런 이케아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에요.

작은 공간일수록 하나에 다양한 기능이 담긴 가구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텐데요. 칼업 디자인의 프레시는 소파와 침대의 역할을 모두 해내는 예쁘고 똑똑한 제품이에요. 낮에는 깔끔한 실루엣의 소파로, 밤에는 푹신한 베드로 변신하면서도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자취 공간이나 게스트룸에 특히 유용해요. 프레임을 살짝 들어 올리면 바퀴가 드러나 가볍게 이동시킬 수 있고, 원하는 자리에 내려놓으면 바로 침대로 바꿔 사용할 수 있어요.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조명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장치예요. 바벳의 책상 위를 밝혀주는 아르떼미데의 톨로메오 마이크로 테이블 알루미늄은 1986년,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와 잔카를로 파시나(Giancarlo Fassina)의 협업으로 탄생해 이듬해 아르떼미데를 통해 세상에 선보였고, 공개 직후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당시 조명은 철제나 무거운 금속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Tolomeo는 가볍고 정제된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훨씬 부드럽고 손쉬운 조작이 가능한 구조를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죠.

1. [ 플레지어 ] 헤르만 릴렉서블 천연 가죽 와이드 3인용 브라운 거실 소파 / 2,199,000원
2. [ 페이퍼콜렉티브 ] The Man I Met At A 바 포스터 / 57,700원
3. [ HAY ] Matin Table Lamp S, 라벤더 / 350,000원
4. [ 엠제이아이 ] 엠제이아이 일력 찢는 달력 뜯는 내년 옛날 레트로 일일 벽걸이 달력 일력 / 9200원
5. [ 장미맨숀 ] 로사 원목 다이닝 카페 식탁/책상 테이블 1800 / 328,900원
6. [ 커넥토리얼 ] 기분 좋은 사박함 도즈 고밀도순면 사계절/간절기 차렵이불-16컬러 / 157,500원

일본어로 코모레비(木漏れ日)는 ‘ 나무 사이로 잠깐씩 비치는 햇빛’을 의미해요. 그래서 각각의 코모레비는 단 한 번만 존재하죠. 얼마 전에 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단어인데요. 영화 속 주인공 히라야마는 매일 점심에 같은 공원, 같은 자리에서 필름 카메라로 코모레비를 담아요. 그래서 매일 같은 것을 찍는 것처럼 보여도 필름에는 매번 다른 장면이 현상되어 있었죠.

바벨의 집에 한가득 드리우는 창틀과 식물의 그림자들에서 코모레비가 떠올랐어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어도 그녀가 담아낸 장면은 모두 달라요. 그날의 구름, 계절, 심지어 카메라 뒤에 있는 이의 기분에 따라서도 매일의 기록은 새로운 모습으로 남아요. 일기장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공책, 같은 종이 위에 적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매번 다르게 흘렀던 하루의 일부를 남기는 것이니까요. 요즘 부쩍 흐르는 시간이 무심하게 느껴져 서운하다가도 쳇바퀴처럼 느껴져 금세 지루해졌는데, 이제부터는 굴러가 버린 오늘의 어떤 것이라도 작은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해요. 매일 한 장의 사진부터 시작하려는데요. 오늘도 여지없이 흘러갈 하루를 여러분은 어떤 형태로 담아둘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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