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매거진 한 쪽 요약 🗞️

 👀 따끈따끈한 새 소식 

핀란드 디자인을 대표하는 두 브랜드, 아르텍(Artek)과 마리메꼬(Marimekko)가 아르텍의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특별한 협업 컬렉션을 선보여요. 마리메꼬의 대표적인 패턴인 로키(Lokki), 세이레니(Seireeni) 그리고 키벳(Kivet) 모티프가 아르텍의 목재 가구에 아름답게 녹아들었어요. 컬렉션의 핵심은 바로 상감 기법이에요. 자작나무 합판에 마리메꼬의 패턴을 정교하게 새긴 후, 모양에 맞춰 합판을 덧대어 입체적인 깊이와 섬세함을 더했죠.

핀란드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는 공통으로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실용주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바우하우스식 기능주의의 영향을 받은 핀란드 디자인은 실용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 시적이고 따뜻한 감성이 담겨있어요. 아르텍은 이름처럼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추구하며, 자연 소재인 자작나무를 실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형태로 구현해 왔죠. 이번 컬렉션에도 그 철학이 담긴 제품인 스툴 60, 벤치 153B, 테이블 90D가 포함되어 있어요.

한편, 마리메꼬는 핀란드의 자연과 여성의 삶을 패턴이라는 시각 언어로 풀어낸 브랜드예요. 갈매기의 물결에서 영감을 받은 로키, 돌에서 착안한 키벳 등 이번 컬렉션에서 사용된 패턴들도 모두 자연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이죠. 이번 컬렉션은 최근 코펜하겐에서 열린 3daysofdesign 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제품 판매는 오는 9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해요.

마리메꼬를 대표하는 우니꼬(Unikko) 패턴을 만든 디자이너, 바로 마이야 이솔라(Maija Isola)예요. 수석 디자이너로 무려 40년 간 활동하며, 약 500여 개 이상의 패턴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지금도 마리메꼬에서는 그녀가 남긴 패턴북을 제품 제작의 기준으로 삼으며, 디자인의 정확한 디테일까지 꼼꼼히 반영하고 있다고 해요.

우니꼬가 탄생한 배경도 흥미로워요. 이솔라가 꽃무늬 프린트를 극도로 싫어한다며 단언했던 창립자인 아르미 라티아(Armi Ratia)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정형화되어 있던 꽃무늬 프린트에서 벗어나 비대칭적인 디자인과 강렬한 대비로 양귀비를 재해석했고, 이후 우니꼬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자유와 창조성의 상징이 되었어요.

 👨🏻‍🎨 오늘의 디자이너 

지오 폰티(Gio Ponti, 1891–1979)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예요. 그는 건축뿐 아니라 도자기, 가구, 조명까지 일상 속 모든 것을 디자인의 언어로 풀어낸 인물이었어요. 특히 리차드 지노리 도자기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기능적인 오브제에도 시적인 감성을 불어넣으며 예술과 산업의 경계를 허물었죠. 그의 작업에는 항상 ‘가볍고 유려한 아름다움’이 흐르는데, 그건 단지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폰티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건축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일상의 질서를 담는 공간으로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는 가장 작은 스푼에서부터 가장 높은 빌딩까지, 디자인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실험했어요. 피렐리 타워, 카라카스의 플랑샤르트 빌라, 타란토 공동대성당 같은 대표작들엔 그런 생각이 구체적으로 녹아 있어요. 기능적인 동시에, 정서적으로도 울림을 주는 공간들이죠.

무엇보다 폰티는 시대의 유행을 따르기보다, 이탈리아다움의 정체성과 현대성을 조화롭게 통합한 인물이었어요. 국제적 모더니즘이 차가운 유리와 철로 도시를 덮을 때, 그는 빛과 색, 장식과 전통을 품은 따뜻한 건축을 고민했어요. 지오 폰티는 기술과 감성, 산업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를 평생 탐구한, 시대를 앞서간 디자이너였어요.

1928년, 지오 폰티는 건축가로서는 드물게 디자인·건축 잡지 《Domus》를 직접 창간하고 편집을 맡았어요. 당시에는 대부분의 전문지가 편집자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대였기에, 건축가가 자신의 미학과 철학을 잡지를 통해 직접 전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었죠. 폰티는 《Domus》를 통해 디자인, 예술, 건축이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펼쳤어요.

《Domus》는 단순히 유행을 소개하는 잡지가 아니라, 삶과 공간, 감각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매체였고, 그 시도는 이후 건축가 렘 콜하스의 OMA 저널 같은 실험적 매체들에 영향을 주었어요. 오늘날까지도 《Domus》는 시대의 미감을 기록하고 확장하는 도구로,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어요.

 🏡 오늘의 공간 

레사 수영장(Leça Swimming Pools)은 대서양을 배경으로, 몸으로 체감하는 풍경과 건축의 조화를 가장 정교하게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로 시자(Álvaro Siza Vieira)의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죠. 거친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섬세하게 자리를 잡은 이곳은 수영장 그 이상의 깊이를 지닌 장소예요.

이곳에 도착하면, 먼저 도로 위에서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낮고 조용한 입구를 지나 어둡고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바다가 시야에서 사라지죠. 하지만 마지막 벽을 돌아서는 순간, 갑작스레 시야가 탁 트이고 수평선과 수영장 수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요.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햇빛, 콘크리트와 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몰입감을 줘요.

레사 수영장의 아름다움은 과시적인 조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동선의 리듬, 재료의 질감, 빛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균형에서 느낄 수 있어요. 해변 모래가 섞인 콘크리트는 주변 지형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오래된 목재로 만든 탈의실은 습한 공기를 견디기 위한 구조적 지혜를 담고 있어요. 레사 수영장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유는, 이처럼 공간이 우리 몸과 감각을 섬세하게 이끌기 때문이에요. 건축물이라기보다 자연을 걷듯 천천히 체험하게 되는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지죠.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Álvaro Siza Vieira)는 사람과 환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설계해요. 시자의 건축은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지만, 사람이 그 공간 안에서 어떻게 걷고 머물고 바라보는지를 섬세하게 고려하죠. 그는 “건축은 감동을 주기보다 생활을 담아야 한다”는 태도로, 일상의 흐름과 자연적 요소인 빛, 바람, 소리, 경관을 건물 속에 조용히 녹여내요.

이런 철학은 대표작인 레사 수영장과 보아 노바 찻집(Boa Nova Tea House)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요. 바닷가 바위 지형을 그대로 살린 레사 수영장은, 바다와 하나가 된 듯한 경험을 선사하고, 찻집은 파도와 바람이 들리는 조용한 공간에서 창밖을 오래 바라보게 하죠. 시자의 건축은 사람을 중심에 두어, ‘드러나는’ 건축이 아니라 주변에 ‘스며드는’ 건축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을 경험한 이들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기죠.

 🪑 오늘의 가구 

오늘 소개해 드릴 가구는 파이미오 체어예요.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alto)가 결핵 요양소를 설계하면서 함께 작업한 제품이에요. 알토는 단순히 건물만 설계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용될 가구와 조명까지 모두 직접 디자인했어요. 요양소 공간 전체를 하나의 치유 환경으로 만들겠다는 철학 때문이었죠.

특히 파이미오 체어는 환자의 회복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어요. 등받이는 뒤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결핵 환자가 폐에 무리를 주지 않고 보다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요. 단순한 기능적 가구가 아니라, 환자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려는 알토의 의도가 담겨 있어요. 이런 세심한 배려가 이 의자를 오늘날까지도 사랑받게 만든 이유 중 하나죠.

또한, 알토는 목재가 시간이 지나며 뒤틀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하나의 통나무를 반으로 갈라 좌우 팔걸이를 제작했어요. 이 방식은 의자의 균형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고, 당대에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어요. 1935년에는 알토 부부가 목재 가구를 대량 생산하고 보급하기 위해 아르텍(Artek)을 설립했고, 그때부터 파이미오 체어 역시 아르텍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어요.